저개발국 원조: 중심부 통제의 확보

비판이론가들은 미국 인디언의 경험을 제3세계에 대한 착취 일반으로 확장시키기도 한다. 제3세계란 “도덕적 기능주의”에서 “저개발”이라고 불리는 사회를 의미하는 비판이론적 용어이다. 미국 인디언들이 경험했던 파괴는 전세계적인 지배 확립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여기서도 법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과정의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원주민 영토를 문화적, 상업적, 군사적으로 침략한다; 파벌을 만들거나 이미 존재하는 파벌주의를 조장함으로써 원주민의 전통사회와 전통국가를 동요시킨다; 신탁통치, 보호령, “세력 범위” 관계를 통하여 괴뢰정부를 수립한다; 조약, 법원, 관료체제를 수립하여 이러한 관계를 제도화한다; 이러한 제도의 권위를 받아들이도록, 그리고 이러한 권위에 대한 도전을 제압하는 경찰력·군사력의 권위를 받아들이도록 원주민들을 재사회화한다; 인종적 우월성, 기독교적 교리, 경제적 성장, 국가적 관심, 상호적 이익, 법과 질서 등에 근거하여—한 마디로, “문명화”에 근거하여—모든 과정을 합리화한다.[11, 92쪽]

포러는 비판이론의 최근의 발전 경향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종속이론이라 불리는 저발전에 관한 이론이다. 종속이론은 저개발사회에 경제적, 군사적, 지적인 원조를 주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프로그램에 반대한다. 그러한 원조는 주는 자의 받는 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시킬 따름이기 때문이다. 종속이론에 따르면, 원조는 저발전의 원인에 관한 그릇된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종속이론에 따르면[29,12], 제3세계(인도, 가나, 아프가니스탄, 알바니아 등) 또는 “선진”사회의 “후진”지역(인디언 보호구역, 미시시피강 주변의 농촌, 서부 버지니아 광산촌, 메인주 북부 등)의 저발전은 단순히 근대화의 출발이 늦었기 때문이 아니다. 제3세계 주민들은 수세기 전에 살던 그대로 “과거에 묻혀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빈곤은 미개한 믿음, 전통, 미신 때문이 아니다. 빈곤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들의 희망은 “그들을 20세기로 이끌어낼” 미국의 재주나 원조, 투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20세기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그들의 상황은 외부적 통제에 강압적으로 굴복당한 결과이다. 그들은 세계 경제 체제를 지배하는 중심부에 종속된 주변부이다. 주변부 사회는 값싼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중심부에 공급한다. 필리핀은 마호가니를, 자메이카는 보크사이트를, 라이베리아는 고무를, 인도는 황마·차·향료를, 쿠바는 설탕을 공급한다. 이들 사회는 모두 산업적·상업적 중심부(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소련)에 천연자원을 공급한다. 중심부는 이를 원료로 삼아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소비재를 생산한다. 즉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제3세계는 과잉생산을 흡수하고 있고 이윤율 저하를 막아주고 있다.

주변부 사회는 내수를 위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그러한 시도는 중심부 산업의 높은 효율성에 의하여 좌절되기도 하고, 그러한 발전을 직접적으로 금지하거나 세법·무역법 등으로 주변부의 경쟁력을 무력화시키는 정치적 지배에 의하여 좌절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심부의 거대 산업은 가공스러운 경쟁 우위를 지니고 있다. 그들의 엄청난 사업 규모, 이미 확보된 판매망, 시장에 대한 독점적 통제력, 정부의 협조적 조세 및 관세 정책의 덕분이다.

저발전국가에서 새로운 천연자원이 발견되면 주민들의 생활조건이 개선되리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종속이론은 그러한 발견이 일반적으로 주변부의 빈곤을 가중시키고 중심부의 부와 권력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자원의 채취가 원주민들의 재조직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평범한 농부들이 광부로,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쿨리로 전업하게 된다. 가족은 흩어진다. 광산이나 플랜테이션 농장의 임노동자가 되려고 가정을 떠나기 때문에 전통적인 상호부조방식은 사라지게 된다. 임금은 유일한 수입원이 되고, 이것을 쪼개서 광산이나 플랜테이션 농장 소유주들 편인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도 내야 한다. 또한 임금을 쪼개서 중심부로부터 배워 욕구하게 된 완제품도 사야 한다. 그러나 임금으로는 가족이 먹고살기에도 부족하다. 땅이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편입되거나, 영세하고 “불충분한” 농토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세금이 오르면, 할 수 없이 땅을 버리고 떠나야만 한다. 주변부 사회는 유랑노동자들—가족, 씨족, 부족으로부터 유리되어 일시적 임금으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들의 막대한 숫자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이들의 노동력도 중심부의 노동절약형 신기술의 발달로 점점 쓸모없어진다. 똑똑하고 훈련받은 원주민은 중심부로 이민간다. 거기서 유용하고 보수 좋은 직장을 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은 세계적 차원의 중심부 통제체제의 구축에 기여할 뿐, 고국의 독자적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속이론은 일본과 인도의 법발전의 차이도 종속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로 삼고자 할 것이다. 두 세기 가까이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는 오늘날 제3세계 국가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법체계를 가진 나라 중의 하나다. 한편 일본은 아시아에서 식민지 권력의 통치를 받지 않았던 몇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또한 인도에 비해서 대단히 낮은 법“발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종속이론은 인도의 자원을 대영제국의 이익에 복속시키는 도구로서 인도 법체계를 이해한다. 한편 일본은 독립을 유지하였기에 아시아에서 유일한 산업강국이 될 수 있었다.

종속이론의 결론은 이러하다.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원조로서 미국이 곡물, 전투기, 법률가, 법전 등을 수출한다면, 제3세계 국가는 빈곤의 심화, 그리고 중심부에 대한 의존성의 강화만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Dohyun Kim 2005-09-29